신입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먼저 전통을 지키며 미래를 열어 가는 우리 국민대학교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북악골 곳곳을 누빌 용이와 용순이라고 하지요. 고등학교 시절엔 꽉 짜인 시간표대로 기계처럼 생활을 했겠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듣고 싶은 과목에 따라 시간표도 자유롭게 짤 수 있고 강의가 없는 시간(공강)엔 여러 가지 취미활동도 할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자유가 주어진 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겠지요? 그럼 북악인이라면 한 번쯤 가 봤을만한, 공강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우리 학교 내의 보물을 같이 찾아가 볼까요?
AM 9:20
“용이 오빠, 후문 앞에 있는 저 한옥은 뭐예요, 우리도 들어갈 수 있나요?”
음, 저 곳이 가장 궁금한가 보구나. 저 곳은 현재 민속자료 제7호로 지정되어 있는 조선조 말 한성판윤(현 서울시장) 한규설 대감의 저택이야. 전통적인 한국 대저택의 전형인 이곳은 원래 장교동에 있었는데 1980년에 지금의 자리에 이전 복원되었지. 이후 우리대학의 민속관으로 개관되어 다도(茶道) 학습장소, 조선시대 주택에 관한 건축 강의, 전통문화에 대한 학습과 연구 등에 사용되고 있어.
“오빠, 의미는 대충 알겠는데요, 너무 따분해요”
하하, 그렇겠군. 그럼 민속관의 단아한 연못과 정자를 보여줄게. 이 연못과 정자는 고궁과는 또 다른 옛 정취를 느낄 수가 있지. 봄과 가을에 꽃잎과 단풍이 물위에 내려앉으면 더더욱 그러하고.
“정말 아름답다. 제 친구랑 꼭 다시 와보고 싶어요”
하지만 앞으로 볼 기회는 별로 없을 거야. 몇 년 전에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술을 마신 학생이 사고를 낸 적이 있어서 평소엔 개방을 잘 안하거든.
“정말이요? 에이 아쉽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민속관 안에 있는 ‘명운다회’라는 동아리를 찾으면 녹차를 마실 수 있으니 꼭 데려오렴.
AM 11:50
국민아, 너 뭐하고 있니?
“어, 용순이 누나 안녕하세요? 앞으로 3시간 동안 수업이 없는데 아직 친한 친구도 없고… 그래서 그냥 방황하고 있어요”
그래? 심심했겠구나. 나를 따라와 봐.
“어디로 가는 거예요?”
짜잔∼ 여기 2호관 808호는 국민대 안의 비디오방이라고 할 수 있지.
이 영상도서실은 북악인들의 어학실력 향상을 위해 TV 모니터, 비디오 컨트롤 등 최신기기를 갖춘 20석의 개인 좌석을 설치하여 비디오테이프를 개별 청취 및 시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에이, 여기도 공부하는 곳이잖아요”
잠깐만 내 말을 더 들어봐. 여긴 어학 테이프뿐만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영화도 많이 있단다. 학생증만 있으면 여기 있는 영화목록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즐길 수 있지.
“이야, 내가 좋아하는 ‘Sound of Music’도 있네. 한 번 또 봐야지. 고마워요 누나”
PM 1:20
“구석기는 뗀석기, 청동기는 간석기… 조선 음음 태, 종, 태, 세, 문, 단 ,세… 중얼중얼”
북악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오니?
“아니요, 도서관 5층 박물관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암각환가 뭔가는 처음 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참 좋은 걸 봤구나, 우리학교 박물관은 토기나 공예품 외에 다른 박물관이 갖추지 못한 ‘설촌고문서’와 ‘암각화’ 같은 사료적 가치가 대단히 높이 평가되는 매우 귀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단다. 또 국내·외 문화영상자료를 VTR과 슬라이드로 상영하기도 해.
PM 2:40
“좋은 공부를 하긴 했는데 좀 피곤한 것 같아요”
그래, 공부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야. ‘체력은 국력’이란 말도 있잖니?
“맞아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진 오로지 공부, 공부라는 소리만 들어서 운동할 시간이 없었어요. 솔직히 제가 게으른 탓도 있었지만”
그렇구나.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마. 우리학교에서는 공부면 공부, 체력이면 체력 이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잡을 수 있거든. 자, 여길 봐.
“우와, 헬스장이네. 다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같다. 근데 여기를 정말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럼, 여기 체육관 1층에 마련된 헬스센터는 체육복만 착용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단다.
“끙끙, 어휴 무거워. 앞으로 여기서 체력단련 좀 열심히 해야겠어요”
열심히 운동하고 옆의 샤워실에서 시원하게 샤워도 하렴.
“그렇지만 남자 탈의실·샤워실과 여자 탈의실·샤워실이 구분되어 있었으면 더 좋겠어요”
그건 그래. 이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학생들의 이용이 미비한 실정이지. 아, 그리고 학생회관 지하 1층에 가면 탁구장이 있어서 탁구도 칠 수 있단다. 탁구채가 없으면 옆에 있는 탁구반에서 빌려주기도 해.
PM 4:10
자. 이제 왠만큼 돌아본 것 같은데 용두리 뒤에 있는 성곡동산에 올라가 술이나 한 잔? 아니지, 아니지 학교 전경이나 둘러보자. 성곡동산은 우리학교의 전망대이자 북악인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지.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풍덩∼♪
“용이 형, 저 선배들이 용두리에서 뭐하고 있는 거예요?”
저기 물에 빠져있는 사람이 죄인라면 오늘이 생일인 죄지 뭐.
“그럼 생일날 용두리 물에 빠지게 되나요?”
북악인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여기에 빠져 봤을 거야. 나도 예외는 아니지.
“앗! 내일이 생일인데”
하하, 조심해라. 용두리 물은 공업용수로도 못쓴다는 소문이 있지 아마… 자자, 걱정은 그만 하고 성곡동산에 올라가보자. 어때, 기분이 상쾌해지지 않니?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하거나 조용히 쉬고 싶을 땐 성곡동산만큼 좋은 곳도 없지.
PM 7:00
용순아, 이만하면 우리학교의 보물을 다 찾은 셈일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지. 이것들 외에도 학생생활 연구소, 음향 도서실, 인터넷 전자통신학교,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65개의 동아리들… 헉헉, 그리고 종합서비스센터, 이발관, 음반점 등등등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구.
그렇지 참, 나머지 보물들은 신입생들이 직접 찾을 수 있도록 남겨둬야겠지? 그럼, 여기에 나온 국민이, 북악이가 모두 신입생 여러분입니다. 동기들과 내년에 입학할 후배들과 우리학교의 보물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가장 소중한 보물은 여러분 자신임을 잊지 마시구요.
신입생 여러분, 해방 후 최초의 민족사학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우리학교의 교훈인 以校爲家 事必歸正(학교를 내 집같이 여기고 행동하면 모든 일이 바르게 돌아간다)을 가슴에 새기며 대학생활을 한다면 4년 후에 여러분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사회에 나가 당당하게 ‘나는 북악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자신을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우리학교가, 우리학교가 ‘왕입니다요∼’
박철형 기자 / ≪국민대신문≫ 2007-12-04